최근 독감 유행과 맞물려 '액상형 타이레놀' 등 필수 해열제 품귀 현상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등 의약품 품절 사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감기약뿐만 아니라 항생제, 혈압약 등 주요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의약품 품절 신고 건수가 매달 2만 건 이상 발생하는 구조적 배경에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의약품 유통 구조와 함께,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보험 약가 시스템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도매업체의 난립과 경쟁적 재고 확보, 특정 제품에 대한 쏠림 현상 등은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반복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의 필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제약(제네릭) 약가 인하, 신약 도입 촉진을 위한 이중 가격제(약가 유연계약제), 퇴장방지 의약품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약가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만성적인 의약품 품절 문제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만성적인 의약품 품절 현상의 심층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만성적인 의약품 품절 사태의 구조적 원인
의약품 품절은 일시적인 수요 증가를 넘어선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낮은 보험 약가와 기형적인 유통 구조가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채산성 악화와 낮은 보험 약가
현재 국내 약가 시스템은 '약가 인하'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이는 특히 생산 원가 대비 수익성이 낮은 기초 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의 생산을 기피하게 만듭니다.
제약사 입장에서 생산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는 결국 생산 중단과 품귀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감염병 유행 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제처럼 수요가 폭증해도, 수익성이 낮으면 기업은 충분한 생산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최소한 생산 원가를 보전하고 기업의 생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약가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의약품 제조소는 300여 곳에 불과하지만, 도매업체는 4천여 개에 달합니다.
도매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과 난립은 품절약 발생 시 경쟁적인 재고 확보로 이어져, 실제로 약국과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이 원활하게 분배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낳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만 치료제 삭센다에 위고비를 끼워파는 '편법 끼워팔기'나,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에만 품절약을 제공하는 '강매' 등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기도 하며, 심지어 허위 정보를 유포하여 품절을 조장하는 불법 행위까지 적발되었습니다.
또한 도매상이 도매상에게 다시 판매하는 '도도매 거래' 증가는 유통 단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투명성을 저해하고 물류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특정 브랜드 쏠림 현상과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
최근 '액상형 타이레놀' 품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환자들이 성분명 대신 특정 상품명만 고집하는 '브랜드 쏠림' 현상도 품절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타이레놀과 동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70종이 넘지만, 일반인들은 타이레놀이라는 특정 브랜드에만 익숙하여 다른 대체 약품이 있음에도 품귀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의약품 성분명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의사가 처방을 특정 상품명으로 하는 관행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대체 약을 통한 수급 조절이 어렵고, 품절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됩니다.
의약품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의 혁신적인 대책
보건복지부는 만성적인 의약품 품절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약가 제도 전반에 걸친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복제약(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 강화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현행 오리지널 대비 54% 수준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이는 일본과 프랑스 등의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약가 관리의 합리화를 목표로 합니다.
또한 늦게 출시될수록 가격을 더 낮게 매기는 '계단식 약가 인하'도 강화하여 제네릭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또 다른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신약 도입 촉진을 위한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국내 약가가 해외 주요국 대비 낮아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 출시를 꺼리는 소위 '코리아 패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가 유연계약제', 즉 이중 가격제를 도입합니다.
이는 의약품의 표시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을 달리하여, 혁신적인 신약의 국내 도입을 신속하게 유도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 가산을 통해 연구 개발(R&D)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및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개선
환자 진료에 필수적이나 경제성이 낮아 생산 중단 우려가 있는 '퇴장방지의약품(퇴방약)' 제도의 실효성을 높입니다.
퇴방약 지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생산 원가 보전 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제약사의 생산 동기를 부여합니다.
특히 국산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가산 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수입품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리쇼어링)할 경우 보상하는 등 공급 친화적인 약가 제도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신생아용 항생제, 해열제 등 응급 상황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의약품 대체 조제 및 성분명 처방 논의
의사가 처방한 오리지널 약 대신 약사가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제네릭으로 바꿔 조제하는 '대체 조제' 활성화와, 처방을 특정 상품명이 아닌 약물 '성분명'으로 하는 '의약품 성분명 처방' 도입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약국이 품절된 약 대신 대체 약제를 환자에게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게 하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고 약사의 조제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반발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 사태는 단순히 특정 약의 재고 부족을 넘어선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정부가 발표한 약가 제도 개선안은 낮은 약가 문제, 신약 도입 지연,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등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응하려는 포괄적인 시도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제네릭 약가 인하와 같은 정책이 제약 업계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불투명한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국민의 의약품 성분명 인식을 높이고 대체 조제를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만성적인 품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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